[새벽편지]┃아버지의 갑옷
2014. 3. 27. 18:25ㆍ행복한 독서/새벽편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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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갑옷 |
트로이 전투 때였다. 그리스군과 치열하게 싸웠던 헥토르는 잠시 쉬기 위해 성으로 돌아왔다. 전투를 끝낸 후라 몸과 마음은 지쳤다. 하지만 약한 모습을 가족 앞에서 내색할 수 없었다. 어머니와 아내에게 당당했던 헥토르는 아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아들은 유모에게 안겨 떨어지지 않았다. 겁먹은 얼굴이었다. 그때 헥토르는 자신이 입고 있던 갑옷과 투구가 아들을 놀라게 했다는 걸 알았다. 헥토르는 갑옷과 투구를 벗고 무기도 내려놓았다. 그때서야 아들은 아버지에게 안겼다. 전장에서는 자신을 지켜주던 갑옷과 투구가 아들에게는 낯선 장애물이었다. 그것들을 모두 벗은 후에야 아들은 땀과 먼지를 뒤집어쓴 아버지의 진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 진정근 / 새벽편지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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