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하고 나하고
곤히 잠든 아빠의 팔을 베고 누웠더니 놀랐는지 눈을 번쩍 뜬다. 당신의 팔을 베고 옆에 누운 사람이 딸이란 걸 아는지 모르는지 멀뚱멀뚱 그 큰 눈을 껌뻑이다가 그새 또 잠이 든다. 하루에도 몇 번씩 허공으로 팔을 뻗어 '엄마 엄마' 하며 낮은 고함을 치는 아빠. 그런 아빠를 꼬옥 안아 '괜찮다 괜찮다' 하고 등을 토닥이면 애기처럼 스르륵 다시 잠이 든다. 나이 서른둘에 부모님께 반말이냐며 버릇없다지만 지금의 아빠에게 난, 예의 갖춘 딸이기 보다 친구가 되어야할 순간이 더 많다. 24시간을 아빠 곁에서 대답도 않는 아빠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운동하자며 힘 빠진 팔다리를 쭉쭉 잡아 흔들고 밥을 많이 먹으면 잘했다 칭찬을 하고 옷을 갈아입으면 이쁘다 박수를 쳐준다. 그 옛날 내가 꼬마일적에 아빠가 나에게..
2015.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