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만찬
아내의 만찬 오늘도 일자리에 대한 기대를 안고 새벽부터 인력시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경기침체로 인해 공사장 일을 못한지 벌써 넉 달. 인력시장에 모였던 사람들은 가랑비 속을 서성거리다 쓴 기침 같은 절망을 안고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아내는 지난달부터 시내에 있는 큰 음식점으로 일을 다니며 저 대신 힘겹게 가계를 꾸려 나가고 있었습니다. 어린 자식들과 함께한 초라한 밥상 앞에서 죄스러운 한숨을 내뱉었고 그런 자신이 싫어서 거울을 보지 않았습니다. 전 아이들만 집에 남겨두고 오후에 다시 집을 나섰습니다. 목이 긴 작업 신발에 발을 밀어 넣으며 빠져 나올 수 없는 어둠을 생각했습니다. 혹시라도 집주인 아주머니를 만날까 봐 발소리조차 낼 수 없었습니다. 벌써 여러 달째 밀려 있는 집세를 생각하면..
2015.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