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편지]┃도시락의 머리카락

2014. 1. 11. 08:50행복한 독서/새벽편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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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의 머리카락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학교에 도시락을 싸 와서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는 것이 일상이었다.

한 소년의 도시락 안에는
긴 머리카락이 한 개 들어있었다.

"야, 머리카락 들어있다!"
"그래?"

친구는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카락을 빼내서 휴지통에 버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밥을 먹었다.
소년은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친구의 도시락에는 머리카락이나 이물질이
어김없이 들어 있는 게 아닌가.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친구의 집에 찾아가게 되었다.

"어머니, 오늘은 제 친구와 함께 왔어요!"
"오, 네가 항상 말하던 그 친구가 왔단 말이냐?
그래, 이리 가까이 오너라!"

소년은 친구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고 깜짝 놀랐다.
그 분은 앞이 보지 못하셨다.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움직여서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소설가 * 작가 * 언론인으로 유명했던
선우휘(1922~1986) 선생의 학창 시절 이야기 -


이후 소년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내면에 들어 있는 진실을
보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사연이 더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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