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오케스트라 자리배치의 비밀

2011. 10. 3. 16:17행복한 지식/토막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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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명의 연주자가 한꺼번에 무대에 서는 오케스트라 공연장에 가본 적 있으신가요? 이들이 청중은 모르는 어려운 암호로 연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 있으시죠? 악기 배치부터 그렇습니다. 어떤 원칙으로 앉았는지 궁금했지만 혹시 ‘무식한’ 질문일까봐 그냥 넘어간 분이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앉은 위치만 봐도 그 연주자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게 되는 방법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단원이 100명이든 200명이든, 그들의 악기와 음악이 좀 더 쉽게 느껴지실 겁니다.

오케스트라에서 ‘내린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국내 한 지휘자는 “새로 취임해 수석을 부수석으로 ‘내리느라’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제1·2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으로 나뉘어진 ‘팀’에서 팀장을 맡은 수석을 부수석으로, 부수석을 평단원으로, 이른바 ‘보직 해임’하는 것을 오케스트라에서는 ‘내린다’고 합니다. 절묘한 호흡을 맞춰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100여 명의 단원 사이에도 1, 2등의 순위가 있습니다. 지휘자 재량으로 정기·수시로 열리는 오디션은 냉철하게 연주자의 등수를 매기는 시험이죠. 가끔 ‘저들 중에서 누가 1등일까’가 궁금하다면 오케스트라 배치도를 자세히 보세요. 해답이 숨어있답니다. 배치도는 이 밖에도 많은 이야기를 해줍니다. 오케스트라 악기 배치의 질서를 문답으로 풀어봤습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악기 위치는 항상 같나요?

A. 연주회장 구조와 곡목에 따라 달라요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전체적인 원칙은 있습니다. 지휘자 왼쪽부터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순서입니다. 그런데 한때는 유럽의 많은 오케스트라가 첼로와 더블베이스를 제2바이올린의 위치에 놓기도 했습니다. 가장 높은 음(바이올린)에서 낮은 음(콘트라베이스) 순서로 내려가는 대신 고음과 저음이 고루 섞이도록 한 것입니다. 이런 배치를 ‘유럽식’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그런데 이 배치는 지휘자와 연주회장의 구조, 연주 곡목 등에 따라 유동적입니다. 예를 들어 콘트라베이스를 왼쪽에 놓는 ‘유럽식’의 원조로 불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오케스트라는 자신들의 연주회장 모양 때문에 이런 배치를 선택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가로로 긴 직사각형 모양의 연주회장에서 소리가 일렬로 흩어지는 대신 ‘서라운드’로 섞이도록 하기 위한 배치라는 겁니다.지난해 내한한 런던 필하모닉은 콘트라베이스를 그대로 둔 채 비올라·첼로만 제2바이올린의 자리로 옮기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좀더 많이 휘저어 섞는 것도 지휘자 재량입니다.


Q. 자리가 실력을 말해 주나요?

A. 플루트는 오른쪽이 수석오보에는 왼쪽이 수석
각 악기군에서 지휘자와 가까울수록 순위가 높은 연주자입니다. 지휘자에게서 멀어지고 뒤로갈수록, 냉정하게 말해 안 됐지만 순위가 낮은 연주자입니다.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인 제1바이올린은 지휘자의 맨 왼쪽에 앉죠. 지휘자와 눈을 맞추기 쉬운 자리이자 청중에게 소리가 곧장 전달되는 ‘최전선’인 가장자리에 제1바이올린 중에서도 ‘1등’인 수석 연주자가 앉습니다. 제1바이올린의 수석은 곧 오케스트라의 악장. 음악회를 진두지휘한다는 뜻에서 ‘콘서트 마스터(concert master)’라고도 합니다. 이 자리는 어떤 연주회에서든 바뀌지 않습니다.‘지휘자와 가깝게’라는 공식을 다른 악기에도 적용시켜 보겠습니다. 오케스트라 뒤쪽에는 플루트와 오보에가 목관악기 중 가장 앞줄에 앉습니다. 보통 각각 3~4명씩이죠. 객석에서 봤을때 왼쪽은 플루트, 오른쪽이 오보에입니다. 그중에서는 누가 수석일까요? 플루트의 가장 오른쪽과 오보에의 가장 왼쪽이 각각 ‘일등’들입니다. 플루트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올수록 지휘자와 가까워지고, 오보에는 그 반대니까요.이러면 지휘자가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자리에 두 악기의 수석들이 붙어서 앉게 되죠. 나란히 앉다 보니 플루트·오보에 수석은 흔히 오케스트라의 ‘부부’로 불립니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에마뉘엘 파후드(플루트), 알브레히트 마이어(오보에)가 대표적인 경우죠. 둘 다 남성 연주자이지만 여성스러운 음색의 플루트와 이를 받쳐주는 오보에가 돋보여 ‘부부’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자 이제 수많은 악기 연주자 중 누가 수석·부수석이고 평단원인지 아시겠죠?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에 따라서 달라지는 악기 배치에서 음악 해석에 대한 메시지를 읽어보는 것도 음악회를 보는 재미 중 하나랍니다.

# 출처: 2009.3.2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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