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28. 17:33ㆍ행복한 일상/행복한 가족
최근에 보기 힘들었던 초대형 태풍 '볼라벤'이 한반도에 상륙한다는 말에
나름 태풍에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태풍이 올라온다는 말에 조금 일찍 퇴근했는데,
아파트 지상 주차장이 텅텅 비었다.
바람에 의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다들 지하주차장으로 차를 옮겼나 보다.
그 때까진 이른 시간이라 지하주차장에 자리가 몇 자리 비어 있는 걸 확인하곤
차를 지하에 세웠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부에는 관리사무소에서 붙여놓은
태풍 피해 줄이는 법에 대한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많은 비와 특히 강풍에 주의하라며, 베란다 창문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 적혀있었다.
흔히 잘 아는 테이프를 X자로 붙이는 방법도 있었고,
이외에 젖은 신문지를 유리창에 붙여 놓으면
초속 40m/s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다며 더 좋은 방법으로 추천해 놓은 글을 읽었다.
직장에서도 그런 얘기를 들어서 오늘은 이 방법으로 한 번 해봐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집에 들어가 보니 , 벌써 아이들은 태풍에 대한 대비책으로 부산하다.
태풍이 제주도에 상륙했다는 저녁뉴스를 보고 태풍 대비를 위해 베란다 창문에
신문지를 붙여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작업을 했다.
이 일을 주도적으로 한 사람은 큰 딸과 작은 딸.
둘다 키가 안 다을 정도의 위치까지 열심히 붙이고, 뿌리고 하길래 마지막 마무리를 도와 주었다.
게다가 추가로 다른 유리창에도 열심히 신문지를 붙여 물을 뿌렸다.
덕분에 베란다는 물뿌린 스프레이와 신문지 조각으로 어수선 하기만 하다.
암튼 나름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태풍때문에 문을 다 잠궈놔서 바람 하나 없어 선풍기를 틀고 거실에서 잠을 청했는데,
새벽이 되어 잠시 눈을 떠 보니, 붙여놨던 신문지가 말라서 유리창에서 대롱대롱 하고 있었다.
벌써 물이 말랐나? 하며 떨어진 곳을 한참 보수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에 다시 바람이 거세게 불자 잠깨어 봤더너 신문지가 어느새 말라서 또 떨어져 있었다.
다시금 피곤한 몸을 이끌고 신문지를 붙였는데,
여러번 붙이고 땠다 하니 덕지덕지 보기 싫게 되었다.
피곤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해서 처음처럼 꼼꼼하게 붙이지는 않았다.
차라리 테이프를 붙일까 하다가
이왕 시작한 거 물기 제거하기도 귀찮고 다시 아내랑 열심히 붙이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시 지나고 나니 또 신문지가 말라서 너덜 거린다. 이 때 시간이 벌써 새벽 5시.
할까말까 망설이다 이 때까지 한게 아쉬워서 신문을 대충대충 발랐다.
스프레이 뿌리는 것도 귀찮아 이번엔 대야에 물을 받아 손으로 연신 물을 흠뻑 뿌려댔다.
벌써 다른쪽 창문은 붙였던 신문이 다 떨어지고 없다.
신문지를 붙이는 게 이렇게 힘들고 손이 많이 가는 줄 처음 알았다.
처음부터 이런 줄 알았으면 차라리 자국이 남더라도 테이프를 붙이는 건데...
이거 원 나무보다 신문지에 더 물을 많이 자주 줘야하는 지경에 이르다니...
이런 열심으로 다른 일을 했으면 뭐라도 했겠다는 생각...ㅋㅋ
그러다 출근 시간이 되서 그냥 출근했고, 아내랑 아이들은 다 지쳐서
유리창에 신문이 떨어지던 말던지 그대로 둬라고 했다.
막상 출근해서 뉴스와 기사를 보니 경남에는 오늘 오전에야 태풍의 영향권이 가장 크단다.
막상 태풍이 올라오기 전에 예행 연습만 실컷 하고 정작 태풍 올라와서는 아무것도 없는 민 유리로 있어야 한다니...
허탈한 지고...
남들은 태풍때문에 잠을 못잤다는 데,
정작 우리 가족은 신문지 붙이느라 잠을 못잤다.ㅋㅋ
실수도 해봐야 실력이 된다고, 다음에 할 땐 꼭 테이프로 해야겠다.
새벽에 신문에 물주는 건 너무 큰 고역이다.
태풍 볼라벤 때문에 웃지 못할 하루를 맞이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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