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세상을 살아가는 또 다른 힘_'지식채널 e'

2009. 12. 25. 15:55행복한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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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는 힘, 또 다른 지식을 말하다.

'지식채널 E'

 

<들어가면서...>

 

 '지식채널e'는  2005년 9월에 기획·편성된 프로그램으로, 일주일에 세 편씩 방영되며,  
‘e’를 키워드로 한 자연(nature), 과학(science), 사회(society),  인물(people)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룬다.

  ‘5분’ 동안 전해지는 강렬한 메시지와 영상은 시청자들에게 당대의 예민한 시사쟁점을 제시함과 동시에 생각할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한국인의 지식채널 EBS....
EBS하면 늘 진부적으로 생각되는 말...
교육방송...
다른 말로 하면 아이들이 보는 프로그램,
학업중에 있는 중고등학생들이 즐겨찾는 방송,
그리고 영어정도...
한 때 영어공부에 관심이 많아
유료회원가입도 해본 EBS...

이 모든 생각들을 내려놓고라도 
EBS는 시간내서 보기엔 쉽지 않은 채널이다.

TV를 보는 시간 자체가 극히 제한적이고,  보더라도 뉴스 중심의 시청이라
도통 채널에 손이 가질 않는다.

얼마전 광우병 사태가 났을 때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다가 관련된 충격적인 영상이 있었다.
5분 정도로 이루어진 길지도 짧지도 않은 영상이었지만,
한 번의 시청만으로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기에는 충분한 내용이었다.

프로그램의 마지막 부분에 올라온 로고.... '지식채널e' 
난 그저 여는 동영상 싸이트처럼 그렇게 만들어진 영상이니 생각하고 말았다.
나중에는 '지식채널e'가 EBS에서 만든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번의 영상으로 완성도 높은 퀄리티를 제공한 프로그램은 보통의 지상파 프로그램과는 달리
소리와 자막, 영상이라는 독특한 형식으로의 의사소통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잠시... 바쁘다는 핑계로 일상으로 돌아오고 난 뒤 까맣게 잊고 지냈던 '지식채널e'

 <책을 읽고서...>

토요일 아내가 오전 일찍 친구네 집에 놀러 간다며 아이들을 다 데려간 터라,
모처럼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다른 약속까지는 2시간이나 남아있던 터라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생각하다가
가까운 마트에 들러 점심을 먹고 책이나 읽다가 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점심을 먹는 것도 처량한터라 책 코너에 들러서 책을 하나 가지고
햄버거로 대충 때울까하는 마음에 서적 코너에 들렀다.

어짜피 책을 다 읽을 것도 아니고, 밥 먹을 동안 잠시만 보자는 생각에 주제가 가벼운 책을 선택하고자 했는데, 우연찮게 '지식채널e'의 파란색 표지가 눈에 띄게 들어왔다. 대충 내용을 살펴봤지만, 첨엔 무엇을 논하고자 하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내용의 배열이 자유?로왔다. 재밌겠다는 생각보다는 도데체 무슨 맘으로 이렇게 책을 만들었는지 궁금한 마음에 집어들고 1층으로 내려왔다. 햄버거를 먹으면서 몇 장을 넘겼더니 다큐멘터러 프로그램을 책이란 방식을 이용해 출간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적어도 이 책을 손으로 집은 독자들은 '지식채널e'에 대해 알고 있으리란 자신감이 있었는지,
책의 서두에는 방송을 통해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영상들에 대한 Off-line 출간물이라는 내용이 전혀 없었다. 아마도 책을 우연찮게 처음 접하는 독자들은 책을 즉시 덮든지 아님 나처럼 호기심에 몇 장 넘겨볼 정도로 책의 출판의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다행히도 나중에 어느 독자의 짧은 서평을 통해서야 이 책의 제작의도를 알 수 있었다. 
'프로그램 특성상 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영상에 대한 설명 뿐 아니라 프로그램 내에 삽입된 음악에 대한 평가나 책들이 따로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토막 지식을 좋아하는 터라 책의 초반부터 시작된 짧은 주제들은 나의 엉덩이를 의자에 붙어있게 하기에 충분했다. 처음엔 그저 식사시간의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2시간 동안 계속 앉아서 그냥 책을 다 읽어버렸다. 책의 모든 내용이 다 이해되고 재밌는 것은 아니었지만, 몇 가지만으로도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한 책이었다.

레이아웃(책의 배열)이 왜 그리 엉성하게(?) 배열되었는지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도 TV를 통해서 영상을 먼저 접한 이들에게는 감동이 조금 떨어지겠지만(음향의 효과를 전혀 볼 수 없으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내용만으로도 의사전달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e'가 들어가는 다양한 주제들을 가지고 풀어나가는 독특한 전개 방식에 한번더 놀랐다.

▶  대한민국의 40대 가장으로서 가족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노점에서 떡복이 장사를 하며
단속반과 맞서 싸우고 급기야 분신에 이르기까지 만든 야박한 세상이, 
거리엔 떡복이가 나뒹굴고 한 쪽 끝에서 오열하는 아주머니의 슬픈 사진 한 장은
이 땅의 가장으로 살아가는 나의 감성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  한 때 더러운 춤으로 치부되었던 탱고의 역사, 매년 10개씩 사라지는 멸종 언어들,

▶  서울에 남아있는 마지막 단관극장인 화양극장, 

▶  <은하철도 999>의 원작자인 미야자와 겐지의 37세 짧은 생을 통해

▶  삶에 대한 다양함들에 대해 한 번 되짚어보는 시간이었다. 

▶  민주화 시대, 처절한 고통과 억압 속에서 대정부 투쟁을 주창했던
동아일보 기자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면서 그러한 민주정신이 한겨레신문을 만들고,
광고 수주 실패로 생존의 위기에 몰리면서까지 삼성이라는 거대 조직을 향해 
거침없는 돌을 던질 수 있었던 한겨례의 정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깨달을 수도 있었다.
(이 책을 통해 한겨레신문은 또 한 명의 지지자를 확보하게 되었다.^^)

▶  이 외에도 톡특한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현했던 배트맨의 제작자 '이튼'감독의 톡특한 생애,

▶  낮선 일본땅에서 한국민으로 살아가는 우토로, 광우병 사태의 심각성을 알린 17년 후,

▶  두바이 성공신화 뒤에 하루에 2명꼴로 죽어간다는 가난한 나라 노동자들의 숨겨진 아픔들,

▶  WHO 사무총장을 지냈던 古고영욱 박사의 탁월한 리더쉽과,

▶  민변 古조영래변호사의 굴하지 않는 의지들을

접하면서 짧은 두 간의 시간들이 보석같은 시간들로 변해버렸다.


한 곳에 앉아 책을 읽기가 쉽지 않고, 더구나 토요일 식당가라 나름 분주했지만, 그런 환경에도 여의치 않고 나 같은 사람도 의자에서 한 번 일어나지 않게 한 이 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책의 잔향이 아직도 남아있는 터라 더 잊혀지기 전에 글로써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많은 시간을 들여 이 글을 쓴다. 아울러 책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누려보기 위해 인터넷 검색창에 '지식채널e'를 검색하고, 프로그램을 시청하기 위해 다시 회원가입을 하는 나의 열심을 보면서 이 책은 지적 호기심이 많은 독자들, 다양한 주제를 가리지 않는 독자들에게 딱 맞는 책이다. 벌써 3권째라고 하니, 시간을 내어서 앞의 두 권도 읽고, 틈나는 대로 영상도 접해 볼 생각이다.

갑자기 EBS가 사랑스러워지고, 지식이라는 단어가 더 친숙해지는 것은 오랫만에 가진 자유 '토요일의 2시간' 때문이리라....^^  

 

 

출처 : Tong - Mighty Warrior님의 생각 주머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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