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디지털 시대의 블루오션 만들기

2010. 11. 8. 22:16행복한 지식/IT/컴퓨터

반응형
“핵심 기술이 없어서 망하기 일보 직전입니다. 경쟁회사의 고급 두뇌를 이용해 회사를 살릴 방안은 없을까요?”

“어떻게 하면 회사에 손해만 끼치는 ‘썩은 사과(불량 고객)’를 골라낼 수 있을까요?”

기업 경영의 난제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 이곳은 대기업 중역 회의실이 아니다. KAIST 경영대학원의 최고 컨설턴트 과정 강의실. 40여명의 국내 기업 임원과 중간 간부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경영정보시스템(MIS) 전문가인 이병태 교수가 계속 질문을 던졌다. 문제 해결의 전제는 한 가지다. “물리적·시간적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e-비즈니스’를 이용해 보라”는 것이다. 강의 주제는 ‘디지털 혁신기업은 어떻게 블루오션(blue ocean)을 창조할 수 있을까’였다.

KAIST 경영대학원 최고 컨설턴트 과정 강의실에서 이 대학 이병태 교수(사진 가운데)가‘e-비즈니스’를 활용한 기업의 혁신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KAIST 제공
경쟁사의 두뇌를 빌려라

캐나다의 금광 회사인 골드코프(Goldcorp)는 몇 년째 금맥을 찾지 못해 문을 닫기 일보 직전이었다. 수십 차례 금맥 찾기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CEO인 롭 맥어윈(McEwen)은 1999년 말 MIT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해 무료 컴퓨터 운영체체인 '리눅스(Linux)'의 성공 스토리를 듣다가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맥어윈은 이듬해 3월 인터넷에 '골드코프에 도전하세요'라는 제목으로 현상 공모를 냈어요. 자기 금광의 지질도와 갱도에 대한 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금맥을 찾는 사람에게 금 채굴 비율에 따라 총 57만여 달러의 현상금을 주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주변에선 '바보 같은 짓'이라고 놀려댔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대성공이었다. 몇 주일 만에 수백명의 전문가들이 금광 지도를 다운로드 받아 연구에 몰입했다. 그들 대부분은 경쟁 회사 직원들이었다. 금맥 찾기의 최고 전문가들이었다. 그들은 몇 달 사이에 금이 나올 가능성이 가장 큰 곳 100여 군데를 점찍어 줬다. 물론 아르바이트였다. 놀라운 것은 이 중 80%에서 금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아니 그런 방법이 있었나?" "기발하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교수는 이를 "브레인(brain) 아웃소싱"이라고 했다. "맥어윈은 인터넷이란 도구를 이용해 다른 경쟁회사의 최고 두뇌를 빌린 것입니다. 그 덕분에 이 회사는 부도 위기를 딛고 일약 최고 유망 금광회사로 떠올랐습니다. 현상금을 주고 나서도 그 수십 배의 이익을 남길 수 있었죠. 경쟁사 전문가들이 밤잠을 자지 않고 자기를 위해 일하도록 만든 것, 이것이 디지털 시대의 블루오션 만들기입니다."

이 교수는 비슷한 사례를 하나 더 들었다. 세계적인 생활용품 제조회사인 프록터앤드갬블(P&G)이다. P&G는 제품 다각화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극심한 'R&D(연구개발) 비만증'을 앓고 있었다. 출시한 상품 수가 3000개를 넘으면서 자체 능력만으로는 신제품을 계속 개발할 수 없는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그 돌파구로 시도한 것이 바로 외부 전문가를 통한 제품 혁신이었다.

"P&G는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기존 제품의 개선안을 낸 외부 전문가들에게 '혁신 인센티브(innocentive)'를 주겠다고 인터넷 공고를 냈어요. 거기에 경쟁회사나 대학 등 100여 개국에서 15만여 명의 연구개발 인력들이 응모를 했어요. 이를 통해 P&G는 자체 연구개발 인력을 최소화하면서 신제품의 35%를 외부 전문가들의 힘으로 개발할 수 있었죠."


☞ 기존 시장을 깨려거든 모든 비밀을 까발려라

이 교수는 "여러분 결혼할 때 다이아몬드 반지 어디서 샀어요?"라고 물었다. 학생들은 "보석상에 가서…"라고 답했다. "맞아요. 다들 보석상에 가서 요모조모 따지고 보증서 본 뒤에 사지요. 왜 그럴까요? 속아서 사지 않기 위해서죠. 그런데 왜 속을까봐 걱정합니까? 다이아몬드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 것 아니에요? 그것을 역이용해 성공한 회사가 바로 인터넷 보석회사인 '블루 나일(Blue Nile)'입니다."

블루 나일이 처음 다이아몬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이 시장은 유태인들이 유통 과정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어 비집고 들어갈 틈새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일반인은 다이아몬드가 어떻게 채굴·가공되는지, 어떤 다이아몬드가 좋은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온라인보석업체 '블루 나일'
- 다이아 생산과정 다 까발려… 기존 시장 뒤흔들고 급성장


"블루 나일은 인터넷에 다이아몬드에 대한 모든 것을 자세히 공개했어요. 자기들 제품의 모든 생산 과정을 낱낱이 까발리고, 하자가 있으면 100% 교환·환불해 주겠다고 공언했죠. 복잡한 다이아몬드 유통과정을 소비자와의 인터넷 직거래 형태로 확 줄여 가격을 30% 이상 낮췄어요. 처음에 긴가민가하던 소비자들은 블루 나일의 투명한 생산·유통 시스템에 오히려 신뢰를 보냈습니다. 블루 나일의 매출액은 5년 만에 5배 이상 급증하면서 다이아몬드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어요."

☞ 썩은 사과는 과감히 솎아내라

"여러분, 보험사는 가입자를 최대한 많이 모아야 좋은 거지요?"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응에 이 교수는 고개를 젓는다.

"그렇게 영업하면 보험사는 망합니다. 자동차 보험 고객 100명을 모았다고 합시다. 그런데 그중에 걸핏하면 사고를 내는 불량 고객 1명이 끼어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100명한테 모은 돈을 한 명이 다 까먹어 버립니다."

미국의 보험회사인 '프로그레시브 인슈어런스(Progressive Insurance)'는 이 같은 '썩은 사과' 고객 때문에 골머리를 앓다가 묘안을 짜냈다. 바로 위성을 이용한 위치 추적장치. 일명 '블랙박스'라 불리는 운행기록조회시스템(GPS) 도입이었다. 차량에 이 시스템을 장착하는 고객에게는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등 인센티브를 주는 동시에 각종 편의 서비스도 제공하겠다고 하며 본격 마케팅에 들어갔다.

이 시스템은 고객들이 한 달간 차량을 운행한 기록을 담았다가 보험사에 자동적으로 송신해 주는 기능을 갖고 있었다. 이를 통해 보험사는 어떤 고객이 어떤 시간에 어떤 곳을 어떤 방식으로 다녔는지 모두 파악할 수 있었다.

"가령 A고객은 주말 이외에는 거의 차량을 운행하지 않는 반면, B고객은 매일 밤 유흥가로 다니면서 과속·난폭 운전을 했다고 합시다. 프로그레시브는 이듬해 보험 계약을 갱신할 때 A고객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대폭 낮춰준 반면, B고객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왕창 올리는 조치를 취했죠. 어떻게 됐을까요? A고객은 당연히 보험 계약을 갱신했겠죠. B고객은? 보험사에 엄청나게 항의를 한 뒤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보험사로 빠져나갔습니다. 프로그레시브는? 해피(happy)했죠. 썩은 사과가 자발적으로 나가 버렸으니까요."

이 같은 GPS 마케팅을 통해 프로그레시브는 막대한 액수의 사고 보상금을 줄일 수 있었다. 수익률이 크게 높아지면서 프로그레시브는 미국 600개 보험사 중 수익률 2위로 뛰어올랐다.


☞ 고객이 불만을 느낄 틈을 주지 마라

"엘리베이터 고장을 경험한 적 있죠? 계단을 걸어서 오르내리려면 얼마나 불편합니까? 엘리베이터 업체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이 바로 고장 처리입니다. 그런데 아예 고장 자체를 사전에 막아버릴 수 있다면? 최고 업체가 되겠죠."

오티스(OTIS)는 '절대 고장 없는 안전한 엘리베이터'를 앞세워 세계 1등 기업이 되었다. 오티스의 비결은 자동 센서 장치를 이용한 사전 예방관리였다. 오티스는 자사의 엘리베이터에 이상 작동이나 고장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각종 센서를 장착했다. 이를 인공위성이나 통신망과 연결해 모든 엘리베이터의 작동 현황을 중앙에서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엘리베이터가 조금만 이상 작동을 하면 기술자가 바로 현장으로 나가 사전 예방조치를 함으로써 '무고장 엘리베이터'를 만든 것이다.

엘리베이터업체 '오티스'
- 고장신호 감지 '센서' 장착… 고객 불만 사전에 예방해 세계 1등 기업으로 도약


"오티스는 고장 수리나 애프터서비스라는 말을 절대 쓰지 않습니다. 다만 '사전 점검'이나 '예방 관리'라는 말이 있을 뿐입니다. IT 기술을 이용해 고객이 불만을 느끼기도 전에 먼저 달려가 문제를 해결해 버린 것입니다."

이 교수는 이어 "기업에 물품 재고가 없다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물었다. "주문을 받고도 재고가 없으면 팔 수 없겠죠. 하지만 역으로 재고 부담이 없어져 수익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미국의 컴퓨터 제조업체인 델(Dell)과 인터넷 유통업체인 아마존(Amazon)은 이 같은 '재고 없애기'를 통해 큰 성공을 거뒀다.

"e-비즈니스를 활용하라… 없던 시장이 새로 열린다"

은 인터넷으로 고객의 주문을 받고 나서야 조립을 시작, 8시간 안에 배송하는 시스템으로 승부를 걸었다. 다양한 모델의 컴퓨터를 미리 생산해 매장에 진열하는 기존 방식은 '선(先) 생산'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컸다. 또 6개월마다 신제품이 나오는 바람에 기존 제품의 상당량을 폐기 처분해야 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델은 주문제작제를 통해 이 같은 비용을 줄이고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선(先)결제'로 자금 회전까지 호전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한 가지. 부품 재고 부족으로 주문받은 제품을 제시간에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다. "'8시간 내 배송 시작'이라는 약속을 못 지키면 회사가 고객의 신뢰를 잃을 상황입니다. 델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을까요? 주문한 고객에게 '같은 가격에 더 업그레이드된 컴퓨터를 드리겠다'고 역제안을 한 겁니다. 훨씬 좋은 모델을 준다는데 사양할 사람 있습니까? 델은 돈을 조금 더 들여서 약속도 지키고 충성 고객을 한 명 더 확보했습니다. 이것이 디지털 혁신 기업의 사업 마인드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