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담이의 선물_"아빠 이 과자 아빠 먹어~!"

2010. 6. 8. 17:34행복한 일상/행복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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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하람이가 복통과 설사로 병원에 가서 닝겔을 맞았다.  

아직 어리서 혈관이 협소해 500ml용액을 맞는데 무려 3시간이나 걸렸다. 

좁은 주사실에서 갇혀 지내자니 큰 딸 예담이와 하람이 모두 지겨웠나보다. 

책도 읽어주고, 나름 장난도 쳐봤지만, 좁은 공간에 3명이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하람이는 지겨워서 잠시 잠이 들었고, 동생을 위해 말없이 기다려온 예담이를 위해 

근처 가게에 가서 먹고 싶어하는 과자를 사 왔다. 

크라운에서 나온 번들로 된 제품(조리퐁, 콘칩, 카라멜콘과 땅콩)과 초콜릿, 껌을 사와서 

초콜릿은 간호사를 주고, 과자는 나중에 먹기로 하고 껌을 씹었다. 

 


엄마는 아침일찍 서울 친척 결혼식에 올라간지라, 애들 주섬주섬 입혀서 병원에 바로 왔기 때문에
 

점섬시간이 되자 무척이나 배가 고팠다.  

예담이가 배가 고프다며 과자를 먹자길래, 먹어라 했더니 

갑자기 콘칩을 하나씩 먹던 예담이가 이렇게 말했다. 

'아빠 이거 스펀지에 나왔던 그 과자 아니야? 나 지난 번 TV에서 본 것 같아...' 

이 때도 발휘된 예담이의 어김없는 관찰력... 

지난 주 토요일 저녁을 먹으며 시청했던 스펀지2.0에 식품첨가물의 위험을 알리는 시간에 

콘칩이 나왔던 것을 기억했던 모양이다. 

내가 맞다고 그랬더니 예담이 왈 

"아빠 그럼 이거 먹지 말라고 했는데, 먹으면 어떻해?" 

"음. 그거 몸에 않좋아 많이 먹지마." 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잠시후.... 

잘먹던 과자를 나에게 주며 

"이 과자, 아빠 먹어..." 

"왜?" 

" 나 오래 살래, 이거 먹으면 오래 못 살잖아...이거 아빠 먹어? .

.

. 

예담이는 갑작스레 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좋아하던 과자를 멀리했다.  

아이이게 TV속  경고가 먹혔던 것일까? (그렇다면 과자 섭취량을 줄일 수 있을수도 있겠다) 

그런데 자기 오래 살겠다고 나 먹으라고 준 건 뭐지? 

아빠를 생각해서 준 건지, 아님 아빠는 오래 살았으니 이거 먹고 빨리죽으라고 한 건지? 

이후로도 예담이는 콘칩을 거의 먹지 않았다. 

(나중에 동생과 아빠가 먹으니까 마지못해 몇 개 먹었지만, 표정은 영 떨뜨름 했던 것 같다.)  

암튼 예담이 덕에 손쉽게 과자를 뺏어 먹을 수는 있었지만, 8살의 나이에 

오래 살려고 좋아하던 과자를 내 팽개치는 예담이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이렇듯 아이들도 나름대로 삶으로 부딪히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가는 것 같다.^^




  할수있어!!! ㅋㅋㅋ 예담이 누구 닮아서 저렇게 똑똑한거죠? 2009.03.1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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